적천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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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첫 사구게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3,913

18-04-09 14:25

본문

금강경 첫 번째 사구게(四句偈)에서 말하기를

​

“무릇 모양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이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모양 있는 것(凡所有相)’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 만물, 즉 만법(萬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구게(四句偈)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로 본다면, 이는 눈에 보이는 모양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사람마다 자기 식대로 모양을 짓는 것을 말한다. 금강삼매경에서도

“선남자야 선하고 선하지 않는 법은 마음을 따라 생겨나는 것이고 모든 경계는 뜻과 말로 분별한 것이니,(善男子 善不善法 從心化生 一切境界 意言分別)”

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두 허망하다.(皆是虛妄)는 말은, 눈에 보이는 모든 모양이 연기법에 의해 끝없이 변하며 흘러가기 때문에 실다운 것이 없다는 말도 되지만, 우리의 생각으로 지은 모양은 티끌하나의 모양이라도 모두 생각 속에만 있을 뿐 세상에 실제로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금강경 마지막 사구게에서

“일체유위법은 꿈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 같고 번쩍이는 번개와 같으니 마땅이 이와 같이 봐야 한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고 한 것이다.

 

그리고 뒷 구절 ‘모양이 모양이 아님을 보면(若見諸相非相)’이라는 말에서의 모양은, 비록 매 순간만 존재하지만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 일체가 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에 ‘모양에 현혹되지 않으면’ 이라는 뜻과, 모양이 단순히 드러나 변하는 모양이 아니라, 그 모양이 법(法)의 발현(發現)이므로 ‘모양을 보면서 그냥 모양이 아닌 법을 보면’이라는 뜻도 함께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모양에 현혹되지 않으면’이라는 뜻으로 읽으면 여래(如來)를 볼 수가 없다. ‘모양을 통해서 법을 봐야’만 하는데, 법을 봐야 한다니 법이라는 것이 어떤 모양으로 따로 존재하기에 그것을 보라는 말이 아니다.

매 순간 보이는 모든 모양이 그대로 진리(眞理)요, 도(道)요, 법(法)이요, 부처(佛)요, 여래(如來)이기에 그것이 법임을 알고 모양을 따라다니며 시비하지 말라는 말이다.

즉, ‘일체가 오직 이 한 법’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인 이 한 법은 모양도 없고, 소리도 없고, 그 외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알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래서 만약 그것을 직접 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망상(妄想)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체가 한 법이기 때문에 드러난 만법의 모양을 통해서 이 한 법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일체만법의 모든 모양이 그 안에 숨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그대로 모양이 그대로 법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금강경의 첫 번째 사구게의 뜻이요, 그 다음의 사구게 역시 다 이 한 마디를 따르고, 법이 무엇인가 묻는 말에 수많은 조사들이 손가락을 든 이유요,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를 가리킨 이유이며 운문이 ‘마른 똥 막대기’라고 한 이유다.

 

일체 다른 것이 없다. 그저 그렇게 말하는 그대가 그대로 법이고,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는 몸의 모든 동작이고, 그 말을 듣는 일체의 사람과 법이 모두 이 하나의 움직임이며 법이다.

 

“따로 찾지 마라.”

이렇게 따로 찾지 마라는 글을 보고 알고 말하면서도 또 머리를 굴려 따로 찾으려 하는가?

댓글목록

없음님의 댓글

생각이란 놈은 정말 무서운 놈입니다.
우주가 생기고부터 모든 정보를 쌓아온 것이 아닐까요?

윤기붕님의 댓글

다만 순수하게 정보만 쌓아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요.
세상이 어떻게 흐르고 변해도 여전히 하나의 법계니까요.
그래서 생각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요.

다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잣대를 가지고
늘 세상을 비교하고 분별하고 좋고 나쁨을 시비하면서
있지도 않은 세상을 바라는 생각이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