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단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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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ㅡ 숫타니파아타 ㅡ
이 말은 자신의 생각에
'놀라지도 말고 걸리지도 말고 물들지도 말라.'
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단순히 세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연하거나 타인의 비난이나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닦거나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경구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말은 세간일도 아니고 타인의 말도 아니고 내 안의 번뇌도 아닌
내 안에서 일으키는 한 생각을 대상으로 한다.
번뇌와 생각을 다르게 말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고 공부를 아주 많이 지은 사람들조차도
착한 생각 = 번뇌 아님
나쁜 생각 = 번뇌라고 규정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생각 속에 만약 번뇌가 있다면 우리의 모든 생각 자체가 번뇌라면 번뇌요, 아니라면 모든 생각이 번뇌가 아니지,
번뇌인 생각과 번뇌 아닌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마조스님께서는 즉심이 부처(卽心是佛)이라고 하셨다.
즉, ‘인연되는 대상경계의 있는 그대로에 즉하여 내는 마음은 부처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즉, 첫째 생각이 부처라는 말이다.
그래서 육조스님께서는
‘무념(無念)은 생각에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
이라 하셨고,
달마대사는
‘무심(無心)은 망상심이 없는 것.’
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대주혜해스님은
‘무념이라고 바른 생각마저도 없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셨고, 또
‘십악(十惡)은 죽이는 것, 훔치는 것, 음행하는 것, 거짓말, 아첨하는 말, 이간하는 말, 나쁜 말 내지 탐냄, 성냄, 삿된 견해이니 이것이 십악이요, 십선(十善)이란 다만 십악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라고하셨다.
무념이나 무심은 같은 뜻이니, 생각에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망상심이요, 망상심이 없으면 바른 생각이니, 생각에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바른 생각이다.
그 바른 생각을 가진 것이 바로 즉심시블인 것이다.
그리고 십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십악을 행하지 않는 것처럼, 바른 생각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삿된 망상심을 내지 않는 것이 바로 바른 생각이다.
우리의 생각은 시비를 하지 않으면 원래 바르다 바르지 않다는 것 자체가 없다.
그래서 바르다 바르지 않다는 자체가 없는 것이 바로 바른 생각이다.
만약 그래도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어 굳이 번뇌인 생각을 알고 싶다면
번뇌가 따로 있다고 하고 그 번뇌를 없애려고 하는 그 한 생각이 번뇌이다.
왜인가? 시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생각 놓아라.'라고 하는 것이다.
한 생각이라는 것은 곧 분별심(分別心), 즉 망상심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으면 결국 그냥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그냥
‘그런 생각을 했군.’
하고 그냥 생각일 뿐임을 알고 흘려보내며,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생각에도 놀라지 말고 걸리지도 말고 물들지도 말라는 것이 바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다.
세간이나 타인의 말에 걸리려면 먼저 내 생각이 그것에 걸려야 한다.
그것이 분별심이다.
그래서 그 분별심에 다시 걸리지만 않으면 세간의 일이나 타인의 말이 나를 묶으러 들어올 수가 없다.
즉 내 생각이 바깥일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분별하여 바깥일에 흔들려야 비로소 나를 흔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인연에 따라 일어난다. 그리고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세간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와 타인이 말하는 의미를 안다.
그래서 보는 순간 듣는 순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감지한다.
그 감지하여 아는 것이 생각이다.
즉 남이 나를 비난하면 생각은
'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구나.'
하고 안다.
그것을 모르면 바보다.
하지만 그 말에 걸려들어
‘좋다 나쁘다.’ 라고 하지 않으면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또 ‘좋다 나쁘다.’ 라고 했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나를 흔드는 것은
나의 생각이지 바깥 일(타인의 말도 포함)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이 처음에서 멈추지 못하고, 다시 생각에서 생각을 일으켜 설사 분별심까지 일어난다하더라도 그 분별심에 조차도 걸리지 않는다면
이 우주의 그 어떤 것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대상경계는 우리를 절대로 시비하지 않는다. 내가 시비할 뿐이다.
앞생각 역시 나를 시비하지 않는다. 뒷생각이 앞생각을 시비할 뿐이다.
그리고는 옳고 그름으로 나누고, 좋고 나쁨으로 나누어 스스로 고통에 빠진다.
그런데도 이 어리석은 생각은 자신이 스스로를 속여 고통에 빠뜨리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앞생각을 시비하고 세상을 시비하며 분노하고 두려워한다.
일체의 일은 이 한 생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한다.
그래서 세상의 일은 십악을 하지 않으면 십선을 하듯이 한 생각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일체가 부처의 생각이니 따로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이 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큰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숫타니파아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말은
바로 그런 나의 한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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