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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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걸음걸이로 인연을 만나라.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2,027

20-04-04 17:08

본문

자신의 걸음걸이로 인연을 만나라.

 

 

우리가 인연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그리고 인연이라는 의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연의 시공간적인 면에서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연의 시공간적인 면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직업이 택시다.

 

과거에 내가 택시기사를 한 경험에 의하면

택시는 길에 서 있는 손님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방향의 길을 가는 빈 택시끼리는 가끔 경쟁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자신이 다른 택시보다 빨리 달려야 길거리에 나와 있는 손님을 태울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것은 대단한 착각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

 

모든 것을 단순하게 직선상에 두거나 기껏해야 평면상에 두기 때문이다.

즉, 1차원적이거나 2차원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에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는 속담과 같은 여하튼 남보다 빨라야 한다는 경쟁 구도 속에 길러져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물론 한정되고 고정된 물건과 그것을 취할 수 있는 한정된 시간에 한해서는 그러하다.

즉 대상을 줄로 세워놓고 먼저 가는 사람이 그것을 취할 수 있다면 빨리 뛰어야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살다 보면 가끔 그럴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럴 때는 빨리 달려야 하겠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한정되면서도 변하지 않고 고정된 대상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얻으려고 다투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 어떤 특정한 쪽으로만 한정 지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특정한 것을 바란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꼭 같은 시간대에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착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씨줄과 날줄이 엮이는 것과 비슷하고, 그 씨줄과 날줄도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

 

그래서 만약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우려고 길을 다니더라도, 자신이 지나가는 방향에 자신이 지나가는 그 시점에 손님이 딱 맞게 나와야 태울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수많은 손님이 나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성향의 손님을 만나려면 또 다른 변수를 대입해야 한다.

 

그렇게 복잡한 것이 인연이다. 

그래서 단순히 경쟁하듯 빨리 달린다고 인연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맞아떨어지지 않고, 만약 자신이 1초라도 빨리 그곳을 지나가면 그 손님을 만날 수 없다.

그리고 꼭 그 손님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 시간 그 장소에 손님이 있을 확률은 둘의 인연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상 제로다.

 

그 길을 빨리 달려가야 그 길에서 손님을 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말이 이해되겠는가?

 

자신이 아무리 다른 택시를 앞질러 간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 손님이 그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 1초라도 뒤에 나왔다면, 그보다 1초 뒤에 온 택시기사가 태워 갈 것이다.

그러니 빈 택시가 앞에 있다고 무조건 추월해야 한다고 믿는 그 생각이 얼마나 미련한 착각인가?

물론 택시가 잘 없는 도로여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라면 조금의 변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변수이지, 100%의 확률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설사 앞질러 가서 손님을 태웠다고 해서 그 손님이 멀리 가는, 즉 돈 되는 손님인지 아니면 기본요금 정도 가는 손님인지 알 수가 없고,

또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어쨌든 잠시라도 한 공간에 둘이서 가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 그 손님이 기분 좋은 손님인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손님인지, 요금이 없어 나중에 파출소까지 가야 하는 손님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뒤 따라가는 사람이 더 좋은 조건의 손님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무조건 남의 택시를 앞질러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이것이 착각이라는 말이다.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이 도리를 알고 언제부턴가 그러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도 하지 않는다.

나와 만날 인연의 손님이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만날지 알 방법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것을 알고 모름과 아무런 상관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자면 나와 인연이 될 손님은 항상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론 잘 되는 날도 있고 못 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일주일, 또는 한 달 평균을 내면 버는 돈이 거의 같다.

 

한 달 동안 일하고 일정한 월급을 받는 사람은 거의 매월 월급이 같은 것처럼, 재미있게도 택시도 월급을 받는 사람처럼 거의 똑같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의 택시기사의 월급은 사납급이라는 일정액을 입금하면 월급날 입급한 금액에서 회사와 기사의 비율로 나누어 지급한다. 그런데 이 월급은 기초적인 수준이어서 일반 기업의 수준에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래서 그것을 보충하는 것이 그날 그날 사납급을 제외하고 남은 것으로 채운다.

그래서 그 당시의 택시 월급은 말이 월급이지 차를 빌려서 하루 쓰고 거기서 번 수입을 나누는 것으로, 마치 건물을 빌려 장사를 하고 임대료를 주고 남은 수입을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가는 것과 같아, 월급이라기보다는 차를 빌려 장사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매월 가져가는 금액이 다를 것이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매일은 다르지만, 달로 따지면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인연이란 참 재미있다.

 

인연이 이루어지는 수많은 조건에 대해선 우리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인연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논다 하기도 하고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도 하는가 보다.

 

이처럼 인연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과 같지 않고, 또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어떤 경로든 어떤 상황이든 늘 자신에게 필요한 인연을 만난다.

 

그래서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좋아하는 삶 또는 가고자 하는 길을 가면 그에 맞는 인연이 나타난다.

 

이는 택시로 말하면 천천히 다니면 그 시간에 맞는 손님을 만나고, 또 빨리 다니면 또 그 시간에 맞는 손님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또는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행하면, 시간의 문제이지 그 행함의 길 여정에 그와 인연이 될 사람과 일을 만난다.

그것이 인연이다.

 

그러니 내가 혹시 늦을까? 혹시 틀릴까? 두려워하지 마라.

늦으면 늦은 대로의 인연이 나타나고 틀리면 틀리는 대로의 인연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인연이 빠른 인연과 맞는 인연보다 더 못하거나 낫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로 살아갈 때 자기의 일을 가장 잘하게 되니, 행복을 원하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

그렇게 살 때 가장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이다.

 

서둘거나 허둥대지 말라.

그리고 좀 늦었다고 자신을 탓하지도 말라.

자신의 걸음으로 그렇게 인생을 가라.

그때그때의 인연으로 때론 빠르게도 가기도 하고 때론 늦게도 가기도 하고, 그렇게 그때의 인연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러한 인연으로 가는 것이 그때의 인연이니 그냥 그렇게 가라.

 

그리고 그러한 인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가라.

그러면 자신의 걸음과 맞는 인연을 만날 것이고, 그 인연과 함께 아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가다 보면 아주 나쁜(?) 인연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마음공부의 기본기를 가지고 있고 인연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 그것도 그냥 그럴 뿐이지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인연으로 된 것이고, 내가 걸어온 시간과 길에 그러한 시간과 길로 걸어온 인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나쁜 인연이 온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이 언제 올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일어나지 않는 인연의 세세한 조건은 우리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알겠으며, 또 앞으로도 무슨 수로 알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우리의 예측이 다 맞았다면 그것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그 예측에 기대를 걸 만큼 신뢰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이러한 것이 인연이요 삶임을 이해하고 생각이 지은 좋고 바람직한 것만 바라지 않고 인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의 일은 나쁜 것도 없고 좋은 것도 없다.

다만 그러한 인연이 그때 내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럴 때 인생의 고수가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고수는 잘된 인연보다 못된 인연에서 능수능란하고, 또 설사 그러한 못된 인연에 빠져 결과가 나빠졌더라도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곧 떨쳐버리고 일어선다.

그러기에 진정한 고수다.

 

인생은 한정된 시간 안에 한정된 물건을 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저마다 자신의 색깔로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다.

 

그러니 자신의 걸음걸이로 인연을 만나라.

 

P/S : 그리고 정말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그냥 떠나라.

      이 글을 읽고 자신이 죽겠는데 미련하게 이어가는 것도 크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떠났다고 다른 인연이 안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인연의 정체를 알면, 

      인연이 맞으면 함께 하고 맞지 않으면 그냥 떠날 뿐, 

      시비와 원한을 품을 일이 없기 때문이지

      맞지 않는 인연에 끙끙거리며 미련한 삶을 살라는 뜻이 아님을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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