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단상

적천단상

내가 만난 손님- 옳고 그름

작성자 : 윤기붕추천수 : 0조회수 : 2,985

13-05-11 10:22

본문

 

내가 예전에 택시 운전을 할 때 어느 날이었다.

오후 두시쯤에 시내에서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총각한 사람을 태웠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에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총각이 뉴스를 듣고 있더니, 어떤 정당이 어떻고 국회의원이 어떻고 등등…….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투덜투덜 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들으면서 뉴스의 말에 따라 한마디씩 툭툭 내뱉다가가 나중에는 자기의 감정에 도취되었는지, 뉴스와 상관없이 마구 험한 소리까지 섞어가며 자기 소견을 내며 한 정당을 욕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별에 싸여서 험담을 해가며 분노를 삭이고 있는 그 모습에 듣고 있다고 내가 말했다.

 

“이보게 총각! 화가 많이 나는 모양이네? 그런데 내가 총각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총각이 들으면 화를 낼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드네. 세상이 더러운 것보다도 지금 내 눈에는 총각이 더 힘들어 보이네? 그래서 내가 볼 때에는 총각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건강에 더 좋겠는데, 총각이 세상을 아무리 욕해봐야 세상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이전에 총각 마음부터 힘들지 않겠어?”

 

하니까,

 

"그래도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내가

 

"왜 화가 나지? 그건 총각이 옳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니야? 이런 이야기는 좀 뭐하지만, 총각이 생각하는 것은 과연 모든 것에 다 옳은가?"

 

"내가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있잖아요. 특히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다시,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무엇이지? 도대체 옳고 그름이 어디에 있어? 사람마다 다 다른데, 이 사람은 이것이 옳고 저 사람은 저것이 옳다고 하는데, 총각이 말하는 정치도 그렇지, 정당마다 제가 옳고 다른 정당이 옳다고 서로 떠들고 싸우고 하고 있잖아? 그렇게 사람마다 옳고 그름이 다 다른데 도대체 무엇이 옳고 그름이 있어서 그렇게 화를 내지?"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고 하지만, 사회 공통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내가 말했다.

 

“사회 공통적인 기준이라……. 그래 누가 세웠는지도 모르지만, 사회 공통적인 기준이 있다고 하자. 그럼 사회 공통적인 기준을 해석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 똑같은가? 총각 말처럼 세상에는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고, 이것은 지켜야하고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고 하지. 그러나 총각, 잘 생각해봐. 그 기준을 해석하는 것이 과연 사람마다 다 똑같은가? 물론, 도로교통법같이 빨간 신호에는 지나가지 말라고 하는 단순하고 명백한 것은 누구나 같겠지만, 도로교통법도 더 세밀히 들어가면 때론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고 따지지 않아? 그래서 보험에서 적용하기를, 100%로 적용하지 않고 20대 80 등등의 상호 책임을 묻기도 하잖아?

그러한 단순한 것도 그러한데,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도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예로 살인을 들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살인이 죄악이라고 하지,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살인의 동기나 상황이나 등등을 세밀히 쪼개서 나누어 가다보면, 사람마다 다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사회 통념적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또 그 개인적인 기준은 오직 그만 알지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기준이잖아?

도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할 수 있어?”

 

내가 이렇게 말하자, 내말에 그는 조금 화가 난 듯했다. 내가 자신과 같은 견해로 지지를 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의 자신의 감정과는 너무나 다르게 엉뚱한 것을 따지고 있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사회 통념적 기준을 개개인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 바로 그거야. 어쩔 수가 없는 것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이 어쩔 수 없음을 자신에게는 아주 관대하게 적용하면서,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인색하게 적용하거든? 이 어쩔 수 없음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이 뭐에 쓸 시비꺼리겠어?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핑계를 대거나 변명을 하면서 합리화 시키면서, 남이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꼭 지켜야할 것을 못 지켰다고 욕을 하잖아? 남에게도 자신에게 적용하듯이 그렇게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해 준다면, 무슨 시비꺼리가 생기겠어? 그러면, 남을 욕할 필요도 없어지고, 자신도 덜 힘들고 남도 덜 힘들잖아?"

 

목적지에 다 와서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청년은 내 말이 고깝게 들리는 듯, 불쾌한 얼굴로 요금을 지불하고 내렸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난

 

‘하긴 세상에는 알고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이해되겠나?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청년이 그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듯이 남도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어떤 일만 그러하고 다른 일에는 그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에서 티끌만한 일에서부터 하늘이 무너질 듯한, 큰일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일들이 서로가 너무나 다르고, 아무도 그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음을 이해하여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서 스스로 힘이 들고 남까지 힘들게 하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도 편하고 주위의 사람들도 편한 삶을 살아가기를 빌었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은 그것이 스스로에게 편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상대가 동조해주지 않을 때에는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며, 그래서 남을 욕하려면 욕하기 전에 이미 먼저 자신의 마음이 참지 못하는 분으로 인해 그만큼 상처 입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지견을 좀 더 넓혀서 옳고 그름이라는 것이 너무나 개인적이고, 사람들의 감정이라는 것은 닫힌 것이어서 아무리 사과 맛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금방 깨 물은 그 느낌 그 감정은 절대 알 수 없듯이, 세밀한 것까지 나누고 분석을 하면 우리의 감정과 판단이라는 것이 한 톨이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은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을 알 때에 비록 기준은 틀리지만, 서로가 서로의 삶을 허허롭게 바라보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청년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옳고 그름이 없는 세상(원래 옳고 그름이 없는데 사람들이 옳고 그름이 있다고 해서 옳고 그름이 생겨났으니)이 어서 빨리 와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안타깝고 씁쓸한 상념에 젖어 보았다.

 

 

댓글목록

솔개님의 댓글




제가 자주쓰는 말이네요
옳고 그름은 원래없고 다만 시간과 공간 대상을 한정지으면 있다고도 할수있죠
한사람이 하는 강의 백명이 들으면 백가지 강의가 되는데 각자 자기가 들은대로가 옳다고 하죠 ㅎㅎㅎ

윤기붕님의 댓글




그렇죠?
그래서 티벳의 어느 사원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하지요.
"백명의 승려 백 가지 종파."
라구요.*^^*

덕인님의 댓글




예전에 왕정타도를 외치고 불란서혁명을 일으켰던 로베스 피에르...그는 루이16세의 목을 자르고 혁명이 성공하자 왕정시대보다 더 독하고 공포스런 독재정치를 하였습니다...결국 그 자신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옳고 그름을 가르기르 좋아하고 나아가 자신과 다른 시각을 비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막상 본인이 힘을 얻고 완장을 차게 되면 자신이 비난하던 상대보다 더 독하고 더 심한 독선이나 독재로 흐르는 경우가 허다하지요...역사도 누누히 그것을 증명을 해왔고요...

덕인님의 댓글




몇년전 한국의 선거 때인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후보 편을 안들어 준다고 저를 회색분자라고 비난하던 한 교포가 있었습니다...한국의 정치상황을 비난하면서 개혁을 해야한다고 열을 올리고 민족정신과 시대정신을 상실한 회색분자들이야 말로 수구세력보다 더 나쁜 인간들이라고 욕을 하는 그에게..."그렇게 한국에 애착이 많으시면 한국가서 정치를 하셔야죠...왜 미국서 미국정부가 주는 녹을 먹으며 사십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는데...차마...그 말은 못하겠더군요. -_-;;;

윤기붕 님의 댓글




남을 보기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볼 때 스스로 성장을 하게 되지요.